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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 잔디장지

추모공원 잔디장지                                             솔정수 윤성조  사람보다 새소리가 흔한, 이따금 사람 소리가 고픈지까마귀 내려앉아 토끼풀이나 클로버나 잔디보다 무성한말 없는 자들의 꽤 오래 묵은 적요들을저승만큼 깊은 눈으로 살피다가번뜩이는 침묵 하나 찾아 물고는이승 어느 바람 소리 푸른 기슭으로 날아오르고

박시교 / 겨울 헌화가

겨울 헌화가                                                   박시교  단 한 번도 꽃다운 삶 살아보지 못한 넋이남들 다 피었다 진 철 지난 엄동설한에마침내 온 산 들녘을 피워 내는 꽃이여당신 계신 그곳에는 피었을 것 같지 않아한두 송이 곱게 꺾어 보내드리고 싶지만먼 길에 시들면 어쩌나 눈이 부신 눈꽃이여

9월

9월                                  솔정수 윤성조  "미안해요배추전 부치느라 전화 못 받았네요엄마가 좋아하거든요, 밭에 가셔서 참 챙겨요" 배추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제주도 총각,수화기 너머로 씹히는 8월에 딱 한 번 만난 안동 처자한테장가들 거라는 예감의 식감  * 1998년 8월에 제주도에 여행온 여자와 기사 겸 가이드로 처음 만난 후통화하면서 두번 째 만났을 때 프로포즈하고 1999년 1월에 결혼했다.

번개

번개                                   솔정수 윤성조  먹장구름은 지금묵언 수행 중 이따금가래 끓는 먹빛 침묵이 버거운지주장자 내리찧는 소리 이윽고 감았던 눈 번뜩 뜨는돈오의 찰나, 침묵이란 깨지고서야 고요하다고       * 주장자 : 승려들이 좌선할 때나 설법할 때 쓰는 지팡이        돈오 : [불교] 문뜩 깨달음

함초 (산문시 ver.)

함초                                                솔정수 윤성조  삼십여 년 전, 영등포역 뒤쪽에 아직 아파트 단지 대신 슬레이트 지붕에 군데군데 방수용 천막 덮어 얹은 고만고만한 집들이 더덕더덕 있던 시절에 창문 낮은 방에서 같이 자취를 했던, 제봉공장 미싱공 친구 녀석이 IMF때 사장은 임금 채납한 채 야반도주해 버리고 마음 다 줬던 여자도 떠나 버려, 다시는 서울 쪽은 돌아보지도 않겠다며 해남 사촌 형네 염전에 내려와 염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이태 전에야 알음알이로 듣고는 해남에 가서 만호 염전에 들렀는데 그새 아이가 세 명이 된 내 안부가 싱겁다며 30킬로짜리 천일염 세 포대를 막무가내 내 차에다 실어 버리고는 이제는 먼 나라에서 소금맛 좋아할 만한 여자 찾기..

황소의 바다 - 중섭

황소의 바다             - 중섭                                         솔정수 윤성조  셀 수 없는 날을 주린 배보다 견딜 수 없는 건삼켜지지 않는 그리움 밖에는 되새김질할 게 없다는 것 그렇게 야위어 가는 황소머리 들어 돌아보는 환청 같은 눈망울 속 노을도 닿지 않는 수평선을아이들 발가벗은 웃음빛으로 덧칠하고 덧칠하고 덧칠하는 바다의 식감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솔정수 윤성조  담뱃갑 은박지 쪼가리 위에꾸욱 눌러 그려 지워지지 않는 거품 문 게 집게발에 물려서도 햇살 같은 아이들,발가벗은 궁둥이 닮은 복숭앗빛 웃음소리 부신자구리 바다 섶섬이 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