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의 바다 - 중섭 황소의 바다 - 중섭 솔정수 윤성조 셀 수 없는 날을 주린 배보다 견딜 수 없는 건삼켜지지 않는 그리움 밖에는 되새김질할 게 없다는 것 그렇게 야위어 가는 황소머리 들어 돌아보는 환청 같은 눈망울 속 노을도 닿지 않는 수평선을아이들 발가벗은 웃음빛으로 덧칠하고 덧칠하고 덧칠하는 바다의 식감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4.05.22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솔정수 윤성조 담뱃갑 은박지 쪼가리 위에꾸욱 눌러 그려 지워지지 않는 거품 문 게 집게발에 물려서도 햇살 같은 아이들,발가벗은 궁둥이 닮은 복숭앗빛 웃음소리 부신자구리 바다 섶섬이 된 사람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4.05.21
이중섭 미술관에서 이중섭 미술관에서 솔정수 윤성조 외롭지도 않고, 죽도록 눌러 그릴 꿈도되새김질할 눈먼 그리움도 없어 가엾은액자 밖에 갇힌 사람들을 캔버스에 굳은살 박인 그리움 비게질하던 황소솔동산 앞바다보다 깊은 눈망울이구경하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4.05.19
마라도 4 마라도 4 솔정수 윤성조 섬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육지 사람들이한라산이 보이는 바다 쪽으로 쪼그려 앉아나즈막이 소망을 얹은 돌담이 되어 다음 연락선을 기다리듯 아득히섬사람으로 태어날 다음 생을 기다리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4.05.16
마라도 3 마라도 3 솔정수 윤성조 다음 생에는 기필고 섬이 되고 싶은 바다로다음 생에는 바다가 되고 싶은 연락선이,다음 생에는 섬사람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안고 타는다음 생에도 섬이어야 하는 섬을 싣고 돌아가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4.05.16
가파도 2 가파도 2 솔정수 윤성조 다 갚지도 못할 풍경들을눈 시리게 빌리고는 여태 연체 중인 시 섬과 바다는 언제나 무이자 무담보 대출 중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3.08.20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 습지 풍경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 습지 풍경 솔정수 윤성조 바람은 쌀쌀갈대는 서걱서걱맹꽁이는 꺼억꺼억사람은 헉헉 오름만 더욱고요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20.04.12
하귤 하귤 솔정수 윤성조 넘지 말아야 할 담장 너머로 내미는위태롭게 농염한 동정의 임계점 아래몇천 년 전선악과나무 아래에서처럼손 닿아 가마아득한망설임 달큰한 유혹과 시큼쌉쓰레한 타락 사이 어디아슬아슬 매달린 노란 여름, 또몇천 년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9.07.27
꽉 찬 날 꽉 찬 날 솔정수 윤성조 겨우 30여 분 걸어 고근산 꼭대기에서사방 열린 산과 바다와 오름들과 마을과 섬들과 바람에나지막이"하!" 내려와 간판 흐린 국숫집에서 뽀얀 고기국수 먹으면서 또 나지막이"하!" 하루가 꽉 찼다 *고근산 : 서귀포 인근에 있는 해발 397미터의 나지막한 오름 한라산과 바다와 마을과 섬이 다 열린 곳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6.09.04
확성擴聲 확성擴聲 솔정수 윤성조 오후 다섯 시쯤, 서귀포 오일장주차장 입구 비가림 그늘에 텃밭 채소 몇 포기와 고구마 몇 알이 전부인말모래기 할머니 고무대야 속,여섯 살배기 손녀가 골판지 조각에다꾹꾹 눌러써 준 빨간색 사인펜 글씨「싸개팜미다 떠리」 경적으로도 덮지 못하는, 저우렁찬 *말모래기 :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일컫는 제주어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5.06.18
인어 전설 인어 전설 솔정수 윤성조 꽃다운 육지 처자 꼬셔내어 야반도주로 섬에 데려와노모 맡겨 놓고는 통통배 타고 나간 지 쉰몇 해째돌아오지 않는 스물일곱 살 신랑의 흑백 사진 바로 옆 명절 때만 전화 오는, 아비 기억 없는 아들과 바닷내 질색하는 서울 며느리와해산물은 입에 댈 생각도 않는 대학생 손녀 사진 아래 물질에서 돌아와 아랫목에 몸 지지는 일흔몇 난 인어가몸살 난 파도처럼 코 고는 소리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4.12.09
가파도 가파도 솔정수 윤성조 부서짐도 자유로운 바람이나 되려 가서는부서져도 부서지지 못 하는 파도가 되어섬에 묶여 버리고 퍼어런 기억 속 하얀 이름 한 점 씻으러 가서는죽어도 죽지 못하는 고인돌이 되어 그 이름 위에회갈색 세월로 드러눕고 섬만큼 외로운 시나 한두 수 건지러 가서는쓰지도, 지우지도 못할 파도치는 침묵만 가득외로운 적 없는 바다에다 방생하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4.05.28
오아시스 - 마라도에서 오아시스 - 마라도에서 솔정수 윤성조 짜장면보다물이 더 귀하다기에물 한 잔 마시려짜장면을 시켰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3.10.11
구멍의 힘 구멍의 힘 솔정수 윤성조 손만 대도 달그락달그락 위태위태 엉성한우리 마늘밭 돌담이 가로수 몇 그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눕혀버리고비닐하우스 정도야 일도 아니게 구겨버리고는큰길 주유소 담벼락까지 일순 뒤집어 놓고야 만모진 태풍 앞에서도 까딱없이 서 있는 건 돌과 돌 사이 단단한구멍의 힘 저 구멍 고스란히 허리에다 쌓으신어머니, 골다공증의 힘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11.06.30
먼나무 먼나무 솔정수 윤성조 가까이 있어도먼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아무리 먼 이름을 가졌어도곁에 기댈 수 있는 나무가 있다 손 내밀면 잡힐 거기, 그래서참 머언사람이 있다 *먼나무 : 난대성 교목으로 10~15m 정도. 암나무에는 빨간 열매가 열리며 제주도 및 보길도에서만 자생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9.11.17
서귀포 해넘이 서귀포 해넘이 솔정수 윤성조 백록담도범섬도솔오름도군산도동쪽으로 돌아앉았던 일출봉도마라도 발치께로 기어올라 숨 고르던 바다도일제히 서녘으로 머리 조아리는참 붉은 예배 오! 인샬라서귀포 어느 해넘이가종교 아닌 적 있었는지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9.11.02
한라산 6 한라산 6 솔정수 윤성조 온몸이 바닥 되는저 산길의오체투지 한라산을 오르내리는모든 걸음이 다 기도일 수 밖에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9.11.01
한라산 4 한라산 4 솔정수 윤성조 교회를 다니든,성호를 긋든,법당에서 예불하든,아니면 메카를 향해 기도하든,혹은 당집에서 치성드리든,신의 모든 이름이 걸음마다 길게 토하고 마는날숨소리로 충분해지는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9.11.01
정방하폭 정방하폭 솔정수 윤성조 바다로 뛰어드는한라산이나 한라산만큼 깊어져 가는바다나 채워질 줄 모르는그대라는 풍경 속 *정방하폭 : 제주도 영주10경의 하나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 폭포를 바다에서 보는 풍치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8.03.06
마라도 마라도 솔정수 윤성조 애초 그 곳에는 바다 같은 건 없어 섬이랄 것도 없지외롭지도 않은 탁 트인 고립이 딱히 어울리는 말이 없어잠시 섬이란 낱말로 서 있을 뿐 딱딱하지 않은 바람의 팔베개와저보다 너른 풍경 다 품고도 넉넉한 엄마 젖가슴 같은 벌판에세상 가장 너른 햇살과 노을을 바다보다 흥건하게 쬐다 가는 곳 사람이 사람에게 파도가 되고, 건널 수 없는 수평선이 되는먼 데 육지가 바다일 뿐 누구도 마라도를바다로 떠내려 보낸 적이 없지 *육지 : 제주도 사람들이 섬의 반대 개념으로 일컫는 말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