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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서귀포에서는 늘 서귀포가 그립다 22

황소의 바다 - 중섭

황소의 바다             - 중섭                                         솔정수 윤성조  셀 수 없는 날을 주린 배보다 견딜 수 없는 건삼켜지지 않는 그리움 밖에는 되새김질할 게 없다는 것 그렇게 야위어 가는 황소머리 들어 돌아보는 환청 같은 눈망울 속 노을도 닿지 않는 수평선을아이들 발가벗은 웃음빛으로 덧칠하고 덧칠하고 덧칠하는 바다의 식감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은박지화          - 중섭의 바다                                                         솔정수 윤성조  담뱃갑 은박지 쪼가리 위에꾸욱 눌러 그려 지워지지 않는 거품 문 게 집게발에 물려서도 햇살 같은 아이들,발가벗은 궁둥이 닮은 복숭앗빛 웃음소리 부신자구리 바다 섶섬이 된 사람

꽉 찬 날

꽉 찬 날                                                  솔정수 윤성조  겨우 30여 분 걸어 고근산 꼭대기에서사방 열린 산과 바다와 오름들과 마을과 섬들과 바람에나지막이"하!" 내려와 간판 흐린 국숫집에서 뽀얀 고기국수 먹으면서 또 나지막이"하!" 하루가 꽉 찼다    *고근산 : 서귀포 인근에 있는 해발 397미터의 나지막한 오름            한라산과 바다와 마을과 섬이 다 열린 곳

확성擴聲

확성擴聲                                  솔정수 윤성조  오후 다섯 시쯤, 서귀포 오일장주차장 입구 비가림 그늘에 텃밭 채소 몇 포기와 고구마 몇 알이 전부인말모래기 할머니 고무대야 속,여섯 살배기 손녀가 골판지 조각에다꾹꾹 눌러써 준 빨간색 사인펜 글씨「싸개팜미다 떠리」 경적으로도 덮지 못하는, 저우렁찬         *말모래기 :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을 일컫는 제주어

인어 전설

인어 전설                                                           솔정수 윤성조  꽃다운 육지 처자 꼬셔내어 야반도주로 섬에 데려와노모 맡겨 놓고는 통통배 타고 나간 지 쉰몇 해째돌아오지 않는 스물일곱 살 신랑의 흑백 사진 바로 옆 명절 때만 전화 오는, 아비 기억 없는 아들과 바닷내 질색하는 서울 며느리와해산물은 입에 댈 생각도 않는 대학생 손녀 사진 아래 물질에서 돌아와 아랫목에 몸 지지는 일흔몇 난 인어가몸살 난 파도처럼 코 고는 소리

가파도

가파도                                                             솔정수 윤성조  부서짐도 자유로운 바람이나 되려 가서는부서져도 부서지지 못 하는 파도가 되어섬에 묶여 버리고 퍼어런 기억 속 하얀 이름 한 점 씻으러 가서는죽어도 죽지 못하는 고인돌이 되어 그 이름 위에회갈색 세월로 드러눕고 섬만큼 외로운 시나 한두 수 건지러 가서는쓰지도, 지우지도 못할 파도치는 침묵만 가득외로운 적 없는 바다에다 방생하고

구멍의 힘

구멍의 힘                                         솔정수 윤성조  손만 대도 달그락달그락 위태위태 엉성한우리 마늘밭 돌담이 가로수 몇 그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눕혀버리고비닐하우스 정도야 일도 아니게 구겨버리고는큰길 주유소 담벼락까지 일순 뒤집어 놓고야 만모진 태풍 앞에서도 까딱없이 서 있는 건 돌과 돌 사이 단단한구멍의 힘 저 구멍 고스란히 허리에다 쌓으신어머니, 골다공증의 힘

먼나무

먼나무                                    솔정수 윤성조  가까이 있어도먼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아무리 먼 이름을 가졌어도곁에 기댈 수 있는 나무가 있다 손 내밀면 잡힐 거기, 그래서참 머언사람이 있다      *먼나무 : 난대성 교목으로 10~15m 정도. 암나무에는 빨간 열매가 열리며                  제주도 및 보길도에서만 자생

정방하폭

정방하폭                           솔정수 윤성조  바다로 뛰어드는한라산이나 한라산만큼 깊어져 가는바다나 채워질 줄 모르는그대라는 풍경 속               *정방하폭 : 제주도 영주10경의 하나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 폭포를 바다에서 보는 풍치

마라도

마라도                                                   솔정수 윤성조  애초 그 곳에는 바다 같은 건 없어 섬이랄 것도 없지외롭지도 않은 탁 트인 고립이 딱히 어울리는 말이 없어잠시 섬이란 낱말로 서 있을 뿐 딱딱하지 않은 바람의 팔베개와저보다 너른 풍경 다 품고도 넉넉한 엄마 젖가슴 같은 벌판에세상 가장 너른 햇살과 노을을 바다보다 흥건하게 쬐다 가는 곳 사람이 사람에게 파도가 되고, 건널 수 없는 수평선이 되는먼 데 육지가 바다일 뿐 누구도 마라도를바다로 떠내려 보낸 적이 없지        *육지 : 제주도 사람들이 섬의 반대 개념으로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