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남방큰돌고래다 언어는 남방큰돌고래다 솔정수 윤성조 영락리 돌고래 해안에서 돌고래 떼를 기다릴 때는 멋진 시어 같은 거야 바다에 던져버리고 영원히 찰나만을 바라보는 망부석이 돼야 하지. 실망이 익숙해질 무렵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영감의 희열처럼 이윽고 수평선보다 긴 시간을 뚫고 남방돌고래 떼 지느러미들이 튀어나올 때, 영락리 바다에서 언어란 푸른 침묵을 가르고 한순간 하얗게 부서지며 반짝이는 느낌표가 전부지.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23.08.20
태풍의 눈 태풍의 눈 솔정수 윤성조 제일 세다는 가을 태풍이 온 밤 휘몰아 흔드는데 책상 밑 그늘, 어디서 들어왔을까 귀뚜라미 소리 이윽고 살짝 풀잎 위에 얹히는 세상 잠잠하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22.09.27
격렬한 고요 격렬한 고요 솔정수 윤성조 계단 옆 낙엽 더미를 쓸다가, 빗살에 채여 깨진 8월 햇살 조각들로 가득한 시멘트 마당으로 내던져진 지렁이 한 마리, 시멘트 바닥보다 거칠게 사포 같은 고요로 온 세상을 비비며 뒤틀어 대는데 얼른 담장 옆 부엽토 그늘에 던져 주니, 일순 온 세상이 잠잠하다. 찰과상 입은 고요보다 잠잠하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20.08.29
비둘기 - 구도求道 비둘기 - 구도求道 솔정수 윤성조 求求求 求求求 허공을 접고 날개를 퇴고하고서야 찾게 되는 길, 모든 길은 바닥이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7.02.22
느린 것이란 없다 느린 것이란 없다 솔정수 윤성조 모처럼 개인 아침 스멀스멀 가시넝쿨처럼 동살이 돋아 오를 무렵돌담 그늘 드린 진창 냄새를 더듬어몸뚱이보다 기-인 목숨 잡아끌며아스팔트를 가로지르는지렁이의 일생일대, 그야말로 전. 력. 질. 주.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4.09.05
지구 방생기 지구 방생기放生記 솔정수 윤성조 푸드덕 비둘기,단단히 움켜쥐었던지구를 놓아 주다 가마아득 떨어지던 지구 우주 어느 기슭 낙엽 아래 묻히고 또 한 겁劫 * 겁劫 : 불교에서, 천지가 한 번 개벽할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3.06.25
줄탁동시啐啄同時 줄탁동시啐啄同時 솔정수 윤성조 가마아득한 이생과 전생 사이 스무하루의 두께 가로질러부신 체온을 교신하는 모스 신호의 관통력 내 여기 있다고, 나도 여기 있다고 * 줄탁동시 : 알속의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2.09.03
지렁이 3 지렁이 3 솔정수 윤성조 무슨 기도일까온몸이 손이 되어 간절한 마니차지구를 돌리는 *마니차 : 티벳불교에서 손으로 돌리는 원통 기도 바퀴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2.06.28
겨울 모기 겨울 모기 솔정수 윤성조 실보다 가늘게계절보다 질기게파열음과 파열음 사이를 휘청이며 벼랑길처럼 살아온 거룩한 목숨이온방 가득 가렵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1.12.13
미숙 미숙 솔정수 윤성조 짬이 없어 거른 점심 대신 잠깐 편의점에서컵라면 익기를 기다리는데모기 한 마리, 앞 유리벽에 날아와 앉더니내가 다 익기를 기다리고 있네. 잡을 데 없는 저 수직 벽에 바싹 달라붙어 기다려야 하는먹고 사는 일 라면이나 나나 익지를 않는데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1.12.07
풍요 풍요 솔정수 윤성조 매직 글씨로 『점포 정리』라 써 붙인 동네 슈퍼모퉁이에 뉘어있는요구르트 병 하나빨대 속으로개미들 분주하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11.03.21
번식기 번식기 솔정수 윤성조 수억 광년 저너머로 쏘아 올리는, 수컷 방울벌레 구애하는 모스 부호들 은하 저편의 암컷 별들이 초롱초롱 답신을 한다. 온통 발정난 우주 바야흐로 시들의 번식기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09.09.18
치명상 - 참새의 辨 치명상 - 참새의 辨 솔정수 윤성조 불쌍한 지렁이 따가운 살갗 위 꿈틀대는 햇살의 살촉을 빼주고 있을 뿐, 그래 죽는 날까지, 산다는 건 치명상이니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 2장 격렬한 고요 200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