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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157

폴 고갱 /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                                                           폴 고갱  사람들은 모두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발견한답니다나는행복한 마음으로당신을 생각합니다   * 폴 고갱은 그림 뿐만 아니라 조각 그리고 글쓰는 작가이기도 했다.

함민복 / 빨랫집게

빨랫집게                                함민복  옷을 입고 있지 않을 때내 몸을 매달아본다 몸뚱이가 되어 허공을 입고허공을 걷던 옷가지들 떨어지던 물방울의 시간입아귀 근력이 떨어진 입다무는 일이 일생인나를 물고 있는 허공 물 수 없는시간을 깨물다 철사 근육이 삭아 끊어지면툭, 그 한마디 내지르고 훑어지고 말온몸이 입인

최종천 / 십오 촉

십오 촉                                                  최종천  익을 대로 익은 홍시 한 알의 밝기는오 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볼 때마다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따 먹지 못하는 홍시는십오 촉은 될 것이다따 먹고 싶은 유혹과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마찰하고 있는 발열 상태의 필라멘트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꽃아 놓은 듯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십오 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그걸 따 먹고 싶은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켜져 있다

박시교 / 겨울 헌화가

겨울 헌화가                                                   박시교  단 한 번도 꽃다운 삶 살아보지 못한 넋이남들 다 피었다 진 철 지난 엄동설한에마침내 온 산 들녘을 피워 내는 꽃이여당신 계신 그곳에는 피었을 것 같지 않아한두 송이 곱게 꺾어 보내드리고 싶지만먼 길에 시들면 어쩌나 눈이 부신 눈꽃이여

이재훈 / 남자의 일생

남자의 일생                                      이재훈  풀잎에 매달려 있다가툭,떨어진 애벌레. 아스팔트 위를 기어간다.사람들의 발자국을 피해 몸을 뒤집는다.뱃가죽이 아스팔트에 드르륵 끌린다. 그늘을 찾아 몸을 옮기는 데온 생을 바쳤다. 늦은 오후.뱃가죽이 뜯어진 애벌레 위로그림자 잦아들고온 몸에 딱딱한 주름이 진다. 나비 한 마리.공중으로 날아간다. 풀잎이 몸을 연다.

함민복 /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함민복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쉽게 만들 것은아무 것도 없다는물컹물컹한 말씀이다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조금 한 물 두 물 사리 한개끼 대개끼소금을 다시 잡으며반죽을 개고 또 개는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함민복 / 망치소리 - 악의 질서 13

망치소리      - 악의 질서 13                                                             함민복  방 밖에서 망치소리가 들려온다망치는 자기보다 악한 물건을 두드리고 있나 보다방 안으로 들어온 망치소리도방 안의 사물들 소리를 두드린다방 안의 소리와 망치소리 머리 부분이 마모된다방 밖에서 망치소리가 점점 세게 들려올수록방 안의 소리들은 한 소리로 뭉쳐진다방 안의 소리가방 바깥의 소리와 맞선다방 안의 소리 중 망치소리 편이 되는 소리도 있다방 안에서 망치소리가 난다

김선우 / 낙화, 첫사랑

낙화, 첫사랑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

이수익 /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이수익 찬 바닥에 누워서 잠드는 나의 무릎, 어깨, 팔은 바닥보다 춥지 않고 붉은 혓바닥에 갇혀 있는 침은 겨울보다 메마르지 않다 천천히 더듬으며, 하얗게 말을 이어 갈 수 있는 몸, 따뜻해! 북풍이 몰아칠 가혹한 날들, 저 무위한 바람막이 같은 쓸쓸한 추위, 더 기억해야 할 부적의 날..

반칠환 / 구두와 고양이

구두와 고양이 반칠환 마실 나갔던 고양이가 콧등이 긁혀서 왔다 그냥 두었다 전날 밤 늦게 귀가한 내 구두코도 긁혀 있었다 정성껏 갈색 약을 발라 주었다 며칠 뒤, 고양이 콧등은 말끔히 나았다 내 구두코는 전혀 낫지 않았다 아무리 두꺼워도 죽은 가죽은 아물지 않는다 얇아도 산 가죽은 아문다

함민복 / 폐타이어

폐타이어 함민복 구르기 위해 태어난 타이어 급히 굽은 길가에 박혀 있다 아직 가 보고 싶은 길 더 있어 길 벗어나기도 하는 바퀴들 이탁 막아주려 몸 속 탱탱히 품었던 공기 바람에 풀고 움직이지 않는 길의 바퀴가 되어 움직이는 것들의 바퀴인 길은 달빛의 바퀴라고 길에 닳아버린 살거죽 모여 모여..

마경덕 / 돼지 머리 삶기

돼지 머리 삶기 마경덕 고사상에 올라 간 돼지머리. 전족 같은 발로 비대한 몸뚱이를 끌고다닌 식탐이 마침표를 찍었다. 생전에 욕심 많던 돼지, 잔뜩 지폐를 물고 있다. 콧구멍, 귓구멍에도 시퍼런 지폐를 받아 꽂는다. 제 목숨을 내놓고 받는 절이다. 허허, 죽은 돼지가 웃는다. 웃다가 목을 바친 웃음..

함민복 / 뻘에 말뚝 박는 법

뻘에 말뚝 박는 법 함민복 뻘에 말뚝을 박으려면 긴 정치망 말이나 김 말도 짧은 새우 그늘 말이나 큰 말 잡아줄 써개말도 말뚝을 잡고 손으로 또는 발로 좌우로 또는 앞뒤로 흔들어야 한다 힘으로 내리 박는 것이 아니라 흔들다보면 뻘이 물러지고 물기에 젖어 뻘이 말뚝을 품어 제 몸으로 빨아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