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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마경덕 / 돼지 머리 삶기

솔정수 윤성조 2010. 5. 30. 08:25

돼지 머리 삶기


                                 마경덕


 

   고사상에 올라 간 돼지머리. 전족 같은 발로 비대한 몸뚱이를 끌고다닌 식탐이 마침표를 찍었다. 생전에 욕심 많던 돼지, 잔뜩 지폐를 물고 있다. 콧구멍, 귓구멍에도 시퍼런 지폐를 받아 꽂는다. 제 목숨을 내놓고 받는 절이다.

 

  허허, 죽은 돼지가 웃는다. 웃다가 목을 바친 웃음이라면, 돼지우리에서 도살장까지의 거리를 확인해야한다. 죽음의 목전까지 저 웃음을 다치지 않고 운반할 수 있었을까?

 

  돼지냄새 질펀한 시장 뒷골목, 온몸에 자르르 기름이 흐르는 여자가 돼지주둥이에 박카스병을 우겨넣는다. 버둥거리던 사지를 단칼에 버린 머리에 병을 물리는 순간, 박카스병이 입꼬리를 치올리며 비명을 삭제한다. 날마다 뜨거운 가마솥에서 웃음은 제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