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 백두산 천지에서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 백두산 천지에서 정채봉 아!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5.08.17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6 밤 / 황인숙 밤은 네가 잠들기를 바란다. 밤은 혼자 있고 싶은 것이다.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 / 김개미 여기까지 오느라고 숨이 찬 게 아니야, 숨이 차서 여기까지 왔어 빗방울, 빗방울 /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9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5 결빙 / 정호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분수 / 이경임 비밀스런 심장 하나에 미쳐서 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시소의 감..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8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4 외로움의 코디법 / 조혜은 위태롭고, 경이롭게 가느다란 7센티의 기본 굽부터 시작해요 인터넷 정육점 / 조인선 달력을 넘기다 손이 찢어졌어요 어머니가 웃으시며 붕대로 감싸주셨어요 얘야 시간은 날카롭단다 지하철에서 / 최영미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7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3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 / 노혜경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바람의 풍장 / 김경후 요즘 넌 어떻게 지내, 네가 나를 잘 모르듯이 지내, 속눈썹의 효능 / 이은규 눈에 밟힌다는 건 마음을 찌른다는 것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7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2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 이근화 아직도 취해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로 새롭게 웃고 싶어 자서 / 김영승 이 아름다운 밤… 내가 낯선 존재라니… 나는 참 기쁘다. 빚 / 신해욱 천사에게 몸을 꾸었다. 유리에게 / 김기택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4
"순간을 읊조리다" 에서 1 네 이웃의 잠을 사랑하라 / 김행숙 아침이 되면 우리가 친절해지는 이유는 외롭게 잠을 잤기 때문이야. 직각 / 이성미 우리는 같은 모서리를 나눠 가진다. 동지冬至 / 박준 "라면 국물의 간이 비슷하게 맞는다는 것은 서로 핏속의 염분이 비슷하다는 뜻이야"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4.11.24
윤호 시인의 짧은 시 모음 동백연가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 투욱, 투우욱, 투우우욱, 툭. -시집『햇살방석』(시학)에서 ☞ “투욱, 투우욱, 투우우욱, 툭.”은 의성어일 수도, 의태어일 수도 있다. 꽃, 혹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고, 못내 반가워서 등을 치는 몸짓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꽃이면 어..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5
나기철 시인의 짧은 시 모음 그녀 집 부엌 냄비는 왜 저렇게 걸려 있을까 프라이팬은 왜 저렇게 걸려 있을까 국자는 왜 저렇게 걸려 있을까 그릇은 왜 저렇게 엎어져 있을까 냄비는 왜 저렇게 타 버렸을까 맑은 물 세수를 했는데 잊고 또 세수물을 받았다 물을 내리며 두 손을 깍찌 낀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오인태 시인의 짧은 시 모음 서늘한 족적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시다더니* 참새 발자국처럼 숲, 속으로 총총 사라진, 푸른 댓잎 서늘해라 *박경리 선생님의 시 <옛날의 그 집>에서 따옴 섬7 신혜 아버지는 먼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가 실종됐다. 선주인 성환이 어머니는 유족들에게 몰매를 맞고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함민복 시인의 짧은 시 섬 물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가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짱둥어 나 물고기 맞아 수영실력은 간신히 낙제 면했고 뻘에서 기어다니는 데는 일등 나 진짜 물고기 맞아 지구 신발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고은 시인 짧은 시 모음2 旅愁 (짧은 시 시리즈) 중 3 새벽에 쫓아나가 빈 거리 다 찾아도 그리운 건 문이 되어 닫혀 있어라 45 돌멩이 하나 던져서 어둠에 맞는 소리 밤길 혼자 가다가 둘이 되다 52 저 불빛 하나! 눈 감았다가 다시 눈 떠서 함께 잠을 이루지 못하네 59 하늘만큼 바쁜 데 어디 있겠나 비 바람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고은 시인의 짧은 시 모음 별똥별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혼자 술 마시다가 파리채로 파리를 쳤다 놓쳤다 잘했다 잘했다 아주 잘했다 혼자 술 마시다가 파리채로 파리를 잡는다는 것이 그만 허공만 휘두르는 그런 일이어도 파리의 목숨을 그대로 놓았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사..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피천득 시인의 짧은 시 새 그래 너 한 마리 새가 되어라 하늘 날아가다 네 눈에 뜨이거든 나려와 마른 가지에 잠시 쉬어서 가라 천년 고목은 학같이 서 있으리니 어떤 유화 오래 된 유화가 갈라져 깔렸던 색채가 솟아오른다 지워 버린 지워 버린 그 그림의 어떤 오후 오래 쌓인 헌 신문지를 빈 맥주병들과..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3
서정춘 시인의 짧은 시 모음 첫 비 - 맹꽁이에게 너 아직 누웠거라 맹인 걸음으로 봄비는 오느니 오는 비 간다 하고 가는 비 온다 하고 귀머거리 시늉으로 무덤 속인 양, 허시(虛詩) 내 시의 문장은 타고 남은 서까래다 풍장이 남긴 뼈다귀다 이것저것 다잡아 상한 몸 엮었더니 서서 죽은 인골탑!! 첫사랑 가난뱅..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12.10
이시영의 짧은 시 모음 生 찬 여울목을 은빛 피라미떼 새끼들이 분주히 거슬러오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등에 아픈 반점들이 찍혀 있다. 겨울처럼 짙푸른 오후. 새벽 이 고요 속에 어디서 붕어 뛰는 소리 붕어의 아가미가 캬 하고 먹빛을 토하는 소리 넓고 넓은 호숫가에 먼동 트는 소리 비상 잘 익은 대추 한 알이 아침 서리..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1.03.25
윤희환 시인의 짧은 시 모음 매화 벌, 나비 밤새워 초례청 드나드니 매실 과원 온통 들썩거린다. 첫날밤 짧다. 연분홍 새댁. 아침 이슬에 치마끈 고쳐 맨다. 수선화1 허공에 쭉 뻗어 올린 줄기, 그 끄트머리 꽃봉오리. 입 안 가득 노란 물 마악, 토하려는 찰나! 수선화2 줄기 끝 봉오리, 꽃물 점점 짙어진다.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수..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10.23
반칠환 시인의 짧은 시들 경력으로 안되는 일 남산 산책로, 오래된 나무들이 자꾸만 제 이름을 까먹는지 사람들이 이름표를 달아주고 있었다 당년 여섯 살, 걷기 경력 5년차인 손주 뒤를 걷기 경력 70년차인 할아버지가 숨가쁘게 두둠두둠 뒤따르고 있다 야심 불개미 한 마리가 덥석 내 발가락을 깨문다 온 힘을 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10.15
이태관 / 하늘님을 엿보다 하늘님을 엿보다 이태관 가득한 논물 위로 오롯이 내려앉은 하늘 밟고 선 지구의 혈(穴)마다 온종일 푸른 침 꽂는 농부의 손길 사람이 하늘이라는 말씀 5월 되니 알겠네 -시집 <사이에서 서성이다>(문학의전당)에서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10.11
최문자 / 고백 고백 최문자 향나무처럼 사랑 할 수 없었습니다 제 몸을 찍어 넘기는 도끼 날에 향을 흠뻑 묻혀 주는 향나무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랑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향나무 같은 사랑이 있었군요. 상처만 주는 그대에게 앙탈을 부리지도 않고, 저주를 하거나 독설을 퍼 붓지도 않고, 자신의 향기만 ..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10.11
최영철 / 노을 노을 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에서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10.11
나태주 / 무인도 무인도 나태주 바다에 가서 며칠 섬을 보고 왔더니 아내가 섬이 되어 있었다 섬 가운데서도 무인도가 되어 있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08.31
이성선 / 미시령 노을 미시령 노을 이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08.31
이성미 /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이성미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발부리를 톡톡 차면서 이미 알고 있는 답 자꾸 묻는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08.31
김사인 / 코스모스 코스모스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지께 여쭐 것인가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10.04.30
박용래 / 겨울 산 겨울 산 박용래 나는 소금 좌판 위 주발이다 장날 폭설이다 지게 목발이다 헤쳐도 헤쳐도 산, 고드름의 저문 산 새발 심지의 등잔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