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벌, 나비 밤새워 초례청 드나드니
매실 과원 온통 들썩거린다.
첫날밤 짧다.
연분홍 새댁.
아침 이슬에
치마끈 고쳐 맨다.
수선화1
허공에
쭉 뻗어 올린 줄기,
그 끄트머리 꽃봉오리.
입 안 가득 노란 물
마악,
토하려는 찰나!
수선화2
줄기 끝 봉오리,
꽃물 점점 짙어진다.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수선화3
겹치마 열어 젖히니
서늘한 꽃내음-
희미한 꽃등 켜고
봄 마중 나왔네.
2월 초저녁,
아직 춥다.
매화1
꽃샘바람 휘몰아쳐
산비탈 우수수 꽃비 내려도
매화 기어이 떨어지지 않는다.
분홍 치마 꼭꼭 여미고
여린 입술 앙다문다.
초야를 치를 때까지-
매화2
벌, 나비 밤새워 초례청 드나드니
매실 과원 온통 들썩거린다.
첫날밤 짧다.
연붕홍 새댁,
아침 이슬에
치마끈 고쳐 맨다.
난1
바위틈에 쳐 올린
곡선 하나-
그 절실한 생명!
난2
잎줄기 하나 쭉 뻗어 올라
허공을 벤다.
난3
힘차게 그어 올린
잎줄기 하나-
저 날카로운 정신!
송사리1
어두운 새벽
송사리 서너 마리,
활기차다.
첫 빛을 기다리는 그 몸짓,
경건하다.
송사리2
물은 송사리의 감옥,
피부와 밀착된-
송사리4
이리저리 송사리 움직여도
어항 속 고요하다.
물은 소리 삼키고
정적을 내보인다.
물1
형체를 가질 수 없는
징그러운 슬픔!
돌 틈 사이 흐르거나
계곡을 내달릴 때,
남의 몸에 부딪혀
소리를 내다가
물은
바다 이르러
제 울음 운다.
함께 설움 뒤섞으며
목 놓아 운다.
더 갈 곳 없는 삶-
몸 뒤척여
파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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