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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윤희환 시인의 짧은 시 모음

솔정수 윤성조 2010. 10. 23. 11:11

매화

 

 

벌, 나비 밤새워 초례청 드나드니

매실 과원 온통 들썩거린다.

첫날밤 짧다.

 

연분홍 새댁.

아침 이슬에

치마끈 고쳐 맨다.

 

 

 

 

수선화1

 

 

허공에

쭉 뻗어 올린 줄기,

그 끄트머리 꽃봉오리.

 

입 안 가득 노란 물

마악,

토하려는 찰나!

 

 

 

 

수선화2

 

 

줄기 끝 봉오리,

꽃물 점점 짙어진다.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수선화3

 

 

겹치마 열어 젖히니

서늘한 꽃내음-

 

희미한 꽃등 켜고

봄 마중 나왔네.

 

2월 초저녁,

아직 춥다.

 

 

 

 

매화1

 

 

꽃샘바람 휘몰아쳐

산비탈 우수수 꽃비 내려도

매화 기어이 떨어지지 않는다.

분홍 치마 꼭꼭 여미고

여린 입술 앙다문다.

초야를 치를 때까지-

 

 

 

 

매화2

 

벌, 나비 밤새워 초례청 드나드니

매실 과원 온통 들썩거린다.

첫날밤 짧다.

 

연붕홍 새댁,

아침 이슬에

치마끈 고쳐 맨다.

 

 

 

 

난1

 

 

바위틈에 쳐 올린

곡선 하나-

 

그 절실한 생명!

 

 

 

 

난2

 

 

잎줄기 하나 쭉 뻗어 올라

허공을 벤다.

 

 

 

 

난3

 

 

힘차게 그어 올린

잎줄기 하나-

 

저 날카로운 정신!

 

 

 

 

송사리1

 

 

어두운 새벽

송사리 서너 마리,

활기차다.

 

첫 빛을 기다리는 그 몸짓,

경건하다.

 

 

 

 

송사리2

 

 

물은 송사리의 감옥,

피부와 밀착된-

 

 

 

 

송사리4

 

 

이리저리 송사리 움직여도

어항 속 고요하다.

 

물은 소리 삼키고

정적을 내보인다.

 

 

 

 

물1

 

 

형체를 가질 수 없는

징그러운 슬픔!

 

돌 틈 사이 흐르거나

계곡을 내달릴 때,

남의 몸에 부딪혀

소리를 내다가

물은

바다 이르러

제 울음 운다.

함께 설움 뒤섞으며

목 놓아 운다.

더 갈 곳 없는 삶-

몸 뒤척여

파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