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띠 2 물띠 2 솔정수 윤성조 항구와 섬이 한 가닥 줄로 이어져 있네연락선 하나 아슬아슬 줄타기하네 설멤이든 아쉬움이든, 떠남이든 돌아옴이든 다멀미같은 외줄 타기 사람에게 사람이란 바다는 끝내외줄이네 *물띠 : 배가 지나간 뒤 생기는 물거품의 긴 줄기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2.26
비데 비데 솔정수 윤성조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긴 이유는인간이 쪼그려 앉아 그 일을 볼 수 있게 하신창조주의 배려라던 유명 TV 강사의 말을비데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노라니 - 오 하느님 당신의 배려를 쉬이 저버린 편리의 죄를 씻어 주소서 씻어 주소서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2.25
반달과 고흐 반달과 고흐 솔정수 윤성조 이제는별빛 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드디어내 귀를던져 버립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2.25
겨울 낙엽 겨울 낙엽 솔정수 윤성조 가지 끝 장좌불와 하시던 바람, 마지막 날숨 내쉬더니허허虛虛 하늘 놓아주고입적하시다 임종 지키던가로등합장하시다 나무도잠잠하시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2.25
화상火傷 화상火傷 솔정수 윤성조 여덟 살배기 막내가용돈 아껴서 산 거라고오백 원짜리 손난로를 내미네 엊저녁 시내에 나갔다가이천 원어치 국화빵 여섯 개를몰래 혼자 다 먹고 온 아비에게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2.13
오늘은 오늘은 솔정수 윤성조 종일밟히는 낙엽 수만 세다 말았습니다 한 번도당신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아무렇지도 않은 날입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1.25
금단 증상 금단 증상 솔정수 윤성조 걸려 오는 전화 하나 없는 날종일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시어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는 날종일 백지만 꺼냈다 구겼다 하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1.25
홀가분하게 홀가분하게 솔정수 윤성조 종일 걸려 오는 전화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내가기억되지 않는 하루여서홀가분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도기억되지 않을 시를 쓰기로 했다 홀가분하게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1.25
몸살 몸살 솔정수 윤성조 봉제공장 재봉사 미숙 씨야간 작업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차창에 기대 감겨오는 눈꺼풀 위로휘갑치기하는 그놈의 몸살 같은빗소리 드르륵드르륵 * 휘갑치기 : 바느질 방법의 하나로 옷감의 마름질한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꿰매는 방법 (오버로크)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1.24
민원 민원 솔정수 윤성조 시청 주차장 옆 나뭇가지 사이거미가 신청한 신축준공 검사가며칠째 계속 계류 중이다 자격 미달이거나서류 미비거나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1.23
더 큰 죄는 없다 더 큰 죄는 없다 솔정수 윤성조 절망할 이유가 더는 없을 때이파리는 낙엽이 되는 것이다 인당수 파도 속으로 뛰어든 심청이야말로얼마나 간절한 소망이었을까 짙푸르게 다시 채워질 자리가 되려 이파리는가을 바람 속으로 기꺼이 빈 자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낙엽을 밟으며 좌절하거나 슬퍼하는 것보다더 큰 죄는 없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10.07
자목련, 목이 쉬다 자목련, 목이 쉬다 솔정수 윤성조 "나도 목련이다,내가 진짜 목련이다" 바짝 목쉰 저외침의 빛깔, 잔뜩 핏대 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4.26
절뚝입니다 절뚝입니다 솔정수 윤성조 뻐근하게 살앗을꽃잎 한 장 무게에짓눌린바람의 발등이욱신거리는오후 내내 온 길이절뚝입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4.25
빨래를 들입니다 빨래를 들입니다 솔정수 윤성조 빗소리에 서둘러 빨래를 들입니다채 마르지 않은 옷들을 챙기려입은 옷 하나를 적십니다 미처 꺼내지 못한 말이 빨래집게 자국보다 깊어흠뻑 젖었던 적이 있습니다 채 마르지 않은 빨래를 들입니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4.17
통화권 이탈 통화권 이탈 솔정수 윤성조 윤선생, 요새 글이 안 보이는 거 같아서... 하아 요즘 제 시어들이 통화권 밖이라서요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3.19
비 비 솔정수 윤성조 베인 상처와 관통상들이 서로등을 쓰다듬는 밤 상처가 상처를 덮고상처 속으로 상처가 스미고상처의 혈흔을 상처가 닦고는상처가 상처를 꿰매는, 그래서 새벽 2시 빗소리에는상처를 버무리는 체온들의 냄새가딱지처럼 자라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3.19
직립 인간 직립 인간 솔정수 윤성조 허리가 내려앉아 몸이 펴지지 않는데뿔테 안경을 쓴 젊은 의사는요방형근이라는 힘줄이 아픈 거라고눈을 찌푸리며주사와 충격파 치료와 절대 휴식을 처방해 준다 드디어 사백몇만 년 하고도 몇십 년 만에맘껏 주저앉을 수 있게 됐다 요방형근 : 갈비뼈 밑에서 허리 뒤쪽의 골반까지 이어진 넓은 근육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2.20
삼위일체 삼위일체 솔정수 윤성조 딸아이 아직 그리지 않은 도화지 앞갓 눈뜬 하얀 매화꽃, 그 위로2월 한라산 백록담, 또 그 위에 하느님하얗게 웃으시는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2.20
잡초 - 바람의 손등 잡초 - 바람의 손등 솔정수 윤성조 하마터면 밟을 뻔 했네 잡스러운 오명처럼 잡되게 날리지 않으려퍼런 핏줄 터질 듯지구별 한 모퉁이 뜯어져라 꽉 움켜쥔, 저 깡마른 바람의손등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1.02.07
아주 쉬운 일 아주 쉬운 일 솔정수 윤성조 우산이 없어서내나 다 젖고 마네 달리 어쩔 수가 없다는 것만큼쉬운 건 없네 참 쉽게도 여태한 사람한테 젖고 있네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0.05.18
그런 날 그런 날 솔정수 윤성조 지는 꽃 구경 갔다가돌아와서는배가 먼저 고파지는 날 시인이 아니었으면더 좋았을 날 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도무지 사소한 (2009~11) 201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