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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이문재 / 농담

솔정수 윤성조 2010. 10. 11. 07:19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틈틈이 들르는 산골에 갔다. 첫 서리가 이미 지나간 산촌의 스산한 아름다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을 지경이다. 바위에 고스란히 떨어져 쌓여 있는 물든 나뭇잎들과 고여 있는 수정 같은 물, 구름…. 간혹 안개 낀 날은 멀리서 기차가 지나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어디로 가는가. 보이지 않는 소리마저도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된다. '혼자 있기 아깝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느낌, 이 차원, 이 율동, 이 균질감….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이 시는 말한다.

언젠가 맛난 것을 먹으면서 한 열 사람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면 제 삶을 한 번 의심해 봐야 한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 나는 그때 열 사람의 얼굴은커녕 다섯 사람도, 아니 어쩌면 한 사람도 제대로 떠올려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이 시에 의하면 나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거나 '외로운 사람'이었다(이 시를 처음 읽으며 '그러한 사람, 나쁜 사람이다' 라고 썼을까 봐 조마조마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