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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157

황인원 - 비유에 대한 창작 실제의 사례

내 사랑은 쓸쓸한 가로등처럼 젖은 옷깃을 여미며 비를 맞고 있다 - 학생 작품 [사랑] 부분 [사랑]은 "내 사랑은/ 비를 맞고 있다"의 단순한 구조에 "쓸쓸한 가로등처럼"이라는 직유를 사용하여 구체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젖은 옷깃을 여미며"라는 행위를 이어놓..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강은,안타까웠던 것이다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몸을 바꿔 흐르려고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그 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그런 줄도 모르고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강은,어젯밤부터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강의 가장자리부터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문정희 -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지금 막 완성을 꽤하고 있다부처를 버리고다시 돌이 되고 있다어느 인연의 시간이눈과 코를 새긴 후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자연 앞에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완성이라는 말도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임영조 / 화려한 誤讀

화려한 誤讀                                          임영조  장마 걷힌 칠월 땡볕에지렁이가 슬슬 세상을 잰다시멘트 길을 온몸으로 긴 자국행서도 아니고 예서도 아닌초서체로 갈겨쓴 일대기 같다한평생 초야에 숨어 굴린 화두를최우로 남긴 한 행 절명시 같다그 판독이 어려운 일필휘지를촉새 몇 마리 따라가며 읽는다혀 짧은 부리로 쿡쿡 쪼아 맛본다제멋대로 재잘대는 화려한 오독각설이 지렁이의 몸보다 길다오죽 답답하고 지루했으면隱者가 몸소 나와 배밀이 하랴쉬파리떼 성가신 무더위에벌겋게 달아오른 肉頭文字로.

손택수 / 放心

방심放心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내 낯바닥에닿을 듯 말 듯한순간에스쳐지나가 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그야말로 무방비로앞뒤로 뻥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내 몸의 숨구멈이란 숨구멍을 모두확 열어 젖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