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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빛 고요

그늘빛 고요                                                                       솔정수 윤성조  떠난 사람은 남겨지고, 남은 자들은 남지 않은추모공원에 유통기한 지난 마른 슬픔처럼 이승 풍경이 어슴푸레 폐장할 무렵풀벌레 소리 사이,남은 자들의 저녁보다 짙어가는 남겨진 자들의 그늘빛 고요

미망(未忘) - 추모공원 자연장지에서

미망(未忘) - 추모공원 자연장지에서                                                         솔정수 윤성조  여태 기억을 끊지 못한 풍경이거미줄에 걸려 있네 마지막 남은 사진인양 잊힌 자들이 꺼내어 보는,잊은 자들이 사는 저 아래쪽질긴 풍경 익숙하게 낡아가는 앞바람에는비탈진 그리움이 비릿한 가을빛 이승 냄새

버려짐의 상쾌함에 대한 행태학적 관찰

버려짐의 상쾌함에 대한 행태학적 관찰 솔정수 윤성조 버려진다는 것보다 상쾌한 것이 있을까 서귀포 법환 포구 옆 조그만 바위굴에서 솟는, 남자들만 들어가는 노천 냉수욕탕 '막숙물'에는 땀에 찌든 남자들이 홀라당 벗고 들어가 앉고서는 오싹 소름 돋는 냉기에 부르르 떨면서도 땀을 다 씻어내고는 세상 가장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들 가는데, 실은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세상에 벌겋게 전 땀이 출가하듯 찬물 속으로 스며들어 탐진치처럼 찐득하게 달라붙은 사람을 훌훌 털어내고는 넉넉하게 홀가분한 빈 몸으로 흘러내려 가 모자랄 것 없는 바다가 되는 것이라 땀이 사람을 털어내 버릴 때, 사람들은 배설되는 정액의 아찔한 쾌감처럼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이탈감에 수온보다 짜릿한 희열로 부르르 몸서리치는 것이라 그야말로 해탈한 땀이..

언어는 남방큰돌고래다

언어는 남방큰돌고래다 솔정수 윤성조 영락리 돌고래 해안에서 돌고래 떼를 기다릴 때는 멋진 시어 같은 거야 바다에 던져버리고 영원히 찰나만을 바라보는 망부석이 돼야 하지. 실망이 익숙해질 무렵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영감의 희열처럼 이윽고 수평선보다 긴 시간을 뚫고 남방돌고래 떼 지느러미들이 튀어나올 때, 영락리 바다에서 언어란 푸른 침묵을 가르고 한순간 하얗게 부서지며 반짝이는 느낌표가 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