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짐의 상쾌함에 대한 행태학적 관찰
솔정수 윤성조
버려진다는 것보다 상쾌한 것이 있을까
서귀포 법환 포구 옆 조그만 바위굴에서 솟는, 남자들만 들어가는 노천 냉수욕탕 '막숙물'에는
땀에 찌든 남자들이 홀라당 벗고 들어가 앉고서는 오싹 소름 돋는 냉기에 부르르 떨면서도
땀을 다 씻어내고는 세상 가장 홀가분한 표정으로 돌아들 가는데, 실은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세상에 벌겋게 전 땀이 출가하듯 찬물 속으로 스며들어
탐진치처럼 찐득하게 달라붙은 사람을 훌훌 털어내고는
넉넉하게 홀가분한 빈 몸으로 흘러내려 가 모자랄 것 없는 바다가 되는 것이라
땀이 사람을 털어내 버릴 때, 사람들은 배설되는 정액의 아찔한 쾌감처럼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이탈감에 수온보다 짜릿한 희열로 부르르 몸서리치는 것이라
그야말로 해탈한 땀이 버려 놓고 간 사람들이
버려진다는 것의 화들짝 놀랄만한 쾌감에 중독되어 또 물 밖으로
자기를 버려 줄 땀을 찾아가는 것이라
*탐진치 : 불교 용어로 욕심, 성냄, 어리석음의 3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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