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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조금은 긴 쉼표

열외시인 5 - 소주잔 속 사이다

솔정수 윤성조 2013. 10. 7. 23:46

열외시인 5 

          - 소주잔 속 사이다

 

                                                                                  솔정수 윤성조

 

 

아는 시인에게 이끌려 간, 그가 속한 문인들 모임에서

한 시인이 자신은 아무개 시인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의 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길래

솔직히 그의 시가 내게는 난해해서 조금밖에 읽어보지 못했노라고 하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그럼 어느 시인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아직은 읽어본 시인보다 읽어보지 못한 시인이 훨씬 많은 데다

한 사람의 시를 다 좋아할 만한 시인을 아직 만나지 못해 딱히

누구누구를 좋아하기보다는 누구의 시든, 이를테면 *장편掌篇같이 

길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그림이 그려지는 시를 좋아한다는, 전혀

포스트모던하지 못한 대답에 말없이 두어 잔 자작하고는

시 한 수 멋들어지게 읊더니, 좋아하는 시 한 편 들려 달래길래

기억력이 정말 좋지 않아 외우는 시는 없고 그냥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내가 쓴 시도 제대로 외우는 것 하나 없다고 고해성사하듯 고백하자

어색한 웃음으로 시인의 행간은 술이라며 내 죄를 사하려는 듯

술 한 잔 권하는 중견 시인에게 

술을 전혀 하지 않아 소주잔에다 사이다를 따라 마시는 나는,

천연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톡 쏘는 소주 맛 같은 유명 시인의 시보다 

뚜껑 연 지 오랜 사이다의 달짝지근한 맛을 더 좋아하는, 혹은

도수 높은 시 한 잔 들이켤 줄 모르는 나는

 

시가 시인보다 먼저 취해 주사 부리는 술자리 한구석

소주잔 속 김빠진 사이다처럼 그저 달달한

열외다

 

  *장편掌篇 : 김종삼 시인님의 시로

                 "손바닥만 한 글"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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