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7일. 노원구 문화센타
결승전, 조금 전까지 담소를 주고 받았던 광진구 전수관 선수가 맞은 편에 서있다. 호리호리한게
날쎄게 생겼다. 준결승전까지 지켜봤는데 덩치에 비해 태기질도 일품이다.
관장님께 말씀드렸다. 여기까지 온 것도 목표치는 넘겼으니 욕심내지는 않겠다고... 그냥 지난 번
대회때 부상 땜에 해보지도 못했던 발기술들 맘껏 해보겠다고... 여자 일반부의 김현심씨도 결승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사실은 욕심-아니 욕심이라기 보다 올라온 값을 하고 가고 싶다. 솔이, 정이, 윤 수, 그리고
지금쯤 맘 졸이며 맞지나 않게해달라 기도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더 높이 오르고 싶다.
"네 맘껏 해봐라."
"윤성조, 화이팅"
매트위에 올라섰다. 이제 이 경기만 지나면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래 다시 선수가 아닌 아빠로 돌아가겠지.
차렷! 절!
섰거라.
왼다리를 쑤욱 앞으로 내밀고 좌품으로 섰다.
'이제 섰다 구령이 나면 어떻게 할까? '
심판의 부채가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나는 10년 전인 1996년 1월 3일 오후 구로공단역
공중전화기 앞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