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솔정수 윤성조
가슴 한편일랑 생각 없이 비워 두고 볼 일
허튼 생각도 두고두고 하고 볼 일
세상이 넘어지지 않을 정도만 가끔은 삐딱하게 쳐다볼 일
새 똥쯤은 이따금 맞아도 볼 일
햇살에 시큼 전 가슴 비바람에 잔뜩 벌려 흠뻑 말려도 볼 일
웃는 게 어색하면 제대로 인상 한 번 팍 쓰고 볼 일
죄 없는 허공에다 삿대질하며 가을 주정도 부려 볼 일
참새보다 시끄럽게 떠들어도 볼 일
떠들다 지치면 지겨워질 때까지 침묵하고 볼 일
그마저 지겨우면 앞에 했던 일들 조곤조곤 다시 하고 볼 일
그렇게
허수아비가 되고 볼 일,
시인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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