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부지에서 무농약으로 자란
김장배추를 몇 포기 뽑아 와서
하나씩 신문지에 둘둘 말아 두었다
배추시래기국을 끓여 먹든가
배추나물을 무쳐 먹든가 하면서
한 겨울을 날 생각이었다
한 포기를 꺼내 보니 배추벌레가
배추잎을 갉아 먹어 구멍이 숭숭했다
배추벌레를 옆 배추로 옮겨주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별에선가 만나면
추운 한 철을 같은 먹이를 먹고 지낸
추억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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