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
솔정수 윤성조
이를테면
자꾸 가지를 밀어내는
벚꽃이나
벚꽃들이 지던 날
당신 수의랑 자식들 상복이랑 다 장만해 놨으니 더는
돈 쓸 일 없겠다, 하시는
할머니나
치수를 재어 보지 않은 제 상복이
혹여 작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할머니네 제일 덩치 큰
막내아들이나
그의 무릎에 누워
자기한테는 언제 그런 옷 사줄 거냐 졸라 대는
막내아들네 철없는
막둥이나
어머니의 어머니도, 또 그 할머니도 백수를 사셨으니
일흔여섯쯤은 아직 한참 멀다고
지겹겠다, 하시는
할아버지나
그런 할아버지에게
물릴 일 영영 없을 묵은지 부침개를
내어 놓는
며느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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