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天葬을 유언하다
솔정수 윤성조
언젠가 내가 기분 좋게 죽으면
햇살 좋은 날 잡아 그늘 하나 없는 산등성이 풀밭에
실오라기 하나 입히지 말고 눕혀 주기를,
그리하여 혹 아직 식지 않은 내 영혼이 거기에 남아 있다면 나른하게 증발하면서
햇살에 찡그리는 기분 좋은 눈 간지러움을 몸 밖에서의 첫 행복으로 기억하기를,
그러다 그 햇살과 바람의 손길이 슬그머니 지겨워질 즈음이면
배고픈 새들이 와서 -내가 참 좋아하는 까마귀들이라면 더 좋으리-
시가 된 적 없는 내 살진 삶을 퇴고해 주기를,
시를 쓰며 살면서도 제대로 한 번 해보지 못했던 퇴고를
맘껏 부리 가는 대로 대신 해주기를,
그래서 더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순백의 백골 구멍과 갈비뼈 사이의 투명한 바람이
내 시어와 행간이 되기를,
하, 이윽고 내 시가 허옇게 완성되면
그 시의 모든 자음과 모음들을 백지 닮은 너럭바위 위에다 놓아 빻고는
바람에 저절로 페이지가 넘겨지게 되기를,
그마저도 다시는
읽히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