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시
솔정수 윤성조
시 쓰는 게 제일 어렵다고? 시인한테야 그렇겠지
막노동꾼한테는 막일만큼 힘든 게 또 있을까
하다보면 익숙해지지 않냐고?
그렇담 시인도 시 쓰는 게 쉬워져야겠지
익숙해진다는 건 그냥 근육통은 숨기고 무게는 버티고
중간중간 숨 돌릴 줄 아는 눈치가 더 생기는 것일뿐
삽 뜨고 벽돌 나르고 질통 지고 시멘트를 갤 때는 사실
시 쓰는 게 어디 일일까 싶기도 해 그러고 보면
이 시가 참 쉽게 써지는 건 분명
윤 시인이 아니라 막노동꾼 윤 씨가 깡으로 쓰는 까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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