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조은
광화문 육교 옆 어두운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등에 큰 혹을 진 팔순의 할머니
입김을 내뿜으며 나를 활짝 반겼다
광주리를 덮은 겹겹의 누더기를 벗겨냈다
숯막 같은 할머니가 파는 것은
천 원에 세 개짜리 귤, 영롱했다
할머니를 놀릴 마음으로 다가간 것은 아닌데
내겐 돈이 없었다 그것을
수시로 잊을 수 있는 것은
초라한 내 삶의 동력이지만
바짝 얼어 몸이 굼뜨고 손이 굽은 할머니
온기 없는 생의 외투는 턱없이 얇았다
그래도 그 할머니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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