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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조은 / 통증

솔정수 윤성조 2009. 11. 15. 23:26

              통증

 

                                 조은

 

 

광화문 육교 옆 어두운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등에 큰 혹을 진 팔순의 할머니

입김을 내뿜으며 나를 활짝 반겼다

광주리를 덮은 겹겹의 누더기를 벗겨냈다

숯막 같은 할머니가 파는 것은

천 원에 세 개짜리 귤, 영롱했다

할머니를 놀릴 마음으로 다가간 것은 아닌데

내겐 돈이 없었다 그것을

수시로 잊을 수 있는 것은

초라한 내 삶의 동력이지만

바짝 얼어 몸이 굼뜨고 손이 굽은 할머니

온기 없는 생의 외투는 턱없이 얇았다

그래도 그 할머니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