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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반칠환 - 둥근 시집

솔정수 윤성조 2009. 8. 27. 16:34

나무의 나이테 속에 벼려넣은
여름이 있고 겨울이 있다
천 개의 손 끝에 송이꽃을 들고 불타는 햇빛을 연모하던 기억도 있다
뭇바람의 제국주의자들의 흔들고 지나갈 때마다
박수를 치던 치욕의 기억조차 새기어놓았다
나이테는 그 여름의 연서이자
그 겨울의 난중 일기이다

나이테는 밑둥 잘린 고목의 유고 시집이다
천년 고찰은 저 둥근 시집을 읽으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천년 불상조차 한 번도 저 시 낭독이 싫어 외출한 적이 없다
풍경을 두드리는 바람은 견디기 힘든 유혹이지만
붓다의 처음 까달음도 저 나이테의 그늘 아래서였다

나이테는 제 가슴에 새긴 목판 경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좀벌레가 기어간다
저 느린 것들이 나이테의 경전의 마저 읽고 나면
곧 새로 늙은 젊은 기둥이 또 한 세월을 받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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