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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반칠환 - 자벌레

솔정수 윤성조 2009. 8. 27. 16:28

재면 잴수록 거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측량을 했다고 한다.

나무 밑둥에서 우듬지까지, 꽃에서 열매까지 모두가 같아졌다고 한다.

새들이 앉았던 나뭇가지의 온기를,

이파리 떨어진 상처의 진물을 온 나무가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저이의 줄자엔 눈금조차 없었다고 한다.

저이가 재고 간 것은 제가 이륙할 때 열 뼘 생애였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늘그막엔 몇 개의 눈금이 주름처럼 생겨났다고도 한다.

저이의 꿈은 고단한 측량이 끝나고 잠시 땅의 감옥에 들었다가,

화려한 별박이자나방으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별과 별 사이를 재고 또 재어 거리를 지울 것이었다고 전한다.

키요롯 키요롯- 느닷없이 날아온
노랑지빠귀가 저 측량사를 꿀꺽 삼켰다 한다.

저이는 이제 지빠귀의 온몸을 감도는 핏줄을 잴 것이라 한다.

다 재고 나면 지빠귀의 목울대를 박차고 나가 앞산에 가 닿는 메아리를 잴 것이라 한다.

아득한 절벽까지 지빠귀의 체온을 전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