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줄기에 꼼작 못하게 매달렸어도
바람들을 잘도 가지고 논다.
아빠꽃 엄마꽃 형꽃 누나꽃 따라
아기꽃 동생꽃 쌍둥이꽃
바람들을 잘도 가지고 논다.
바다에서 파도를 일으키며 놀던 바람도
산속에서 바윗덩이를 토닥이며 놀던 바람도
공중에서 날짐승을 날게 하던 바람도
꽃들 앞에선 오금을 쓰지 못한다.
꽃들 앞에선 그 형체까지를 잃는다.
팔다리 몸통 줄기에 붙들렸어도
그 자태만으로 바람의 팔다리를 묶으며
그 향기만으로 바람의 형체를 지우며
잘도 가지고 논다.
잘도 달래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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