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해도 글로 못써요
제 가까운 지인 하나는 젊어서 시를 많이 썼으나
어느 날 부터 거의 절필하게 되었는데 가끔 술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 저 말은 아름다운 시로구나!"하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를 말로는 해도 글로는 못쓰는 사람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말과 글이 무어 다르다고.....
글에도 글로 쓰는 문어체와 말 하듯이 쓰는 구어체가 있습니다.
구어체로 손꼽을 만한 분은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함석헌 선생입니다.
이 어른은 글이 말이고 말이 곧 글입니다.
따로 구분이 없어요. 그저 말하듯이 편하게 글을 쓰고,
그것도 우국충정으로 힘차게 썼습니다.
음악을 하려면 줄을 틀어야 돼, 줄을 캥겨야
적당하게 좋은 음이 나도록 캥겨야 돼
여러 소리 많이 하면 뭘 하겠어요?
아주 골자 되는 걸 바로 얘기 해야지
문어체는 좁은 뜻으로는 고전의 문장을 가리키는 수도 있으나
현재도 논문이나 서한문(書翰文)에서는 일상회화에서 나타나지 않는 문투를
많이 쓰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공문서와 법령 등에는 지나치게 문어체가 많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구어체는 언문일치체(言文一致體)라고도 하며 문어체에 대립되는데
일상회화에서 접할 수 있는 말투를 글로 옮긴 것을 가리키며,
소설이나 신문 기사의 문장에 이런 문체가 많습니다.
희곡에서는 지문(地文)을 뺀 대부분이 구어체로 구성되고 있고
연설에서도 보통 경어라든지 완곡한 표현법에 구어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두줄시를 구어체 언문일치체로 쓰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아니 문어체, 구어체를 의식할 것도 없이 마구 쓰자는 겁니다.
그저 그렇게 친구와 수다 떨듯이, 혼잣말 하듯이 지껄이듯이 써도
나무랄 데 없는 것이 두줄시입니다.
문학도 오락이라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습니까?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재미나면 다 좋은 두줄시입니다.
썩 좋은 두줄시를 선사하오니.....
찔 레 - 정증옥
가시를 달았다고 찌르려던 건 아니었어요
단지 꺾지 말아달라는 애원일 뿐
별 - 함선영
별을 어금니로 씹어봐
빛이 터져나오는 걸 느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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