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솔정수 윤성조
계고장도, 집행통지서도 없는 철거
제비들은 억울하다
모처럼 갠 날 일당벌이 외벽칠
제비들 시뻘건 절규보다 자식새끼 눈망울들이 더 큰
페인트공 이 씨는 새끼들이나 없기를, 눈 질끈 감고
제비집에 막대질을 해야 한다
산다는 것이 흔들리는 찰나 발목을 동여매고 삐걱 사다리에 올라
가려지지 않는 가슴의 금 덧칠하고 덧칠하고 덧칠하는
이 씨 등 휘는 날갯짓이 비잉빙 헐린 제비집 위로 맴도는
참 붉은 오후
반지하 사글셋방 눈 큰 새끼 제비들이
아비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