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放心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 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멈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 젖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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