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쓸쓸한 가로등처럼
젖은 옷깃을 여미며 비를 맞고 있다
- 학생 작품 [사랑] 부분
[사랑]은 "내 사랑은/ 비를 맞고 있다"의 단순한 구조에 "쓸쓸한 가로등처럼"이라는 직유를 사용하여 구체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젖은 옷깃을 여미며"라는 행위를 이어놓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좀더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직유의 사용이 '비'에 집중되어 사랑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의미를 제시하지 못하고 '젖은 옷깃을 여미며'를 설명하는 말로 한정되고 말았다. 오히려
옷깃 여민 내사랑
쓸쓸한 가로등처럼 비를 맞고 있다
라고 했더라면 비를 맞는 모습이 '쓸쓸한 가로등처럼'이라는 구체성을 띠게 되어 그 의도가 분명해졌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구체성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집중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여기서의 직유 사용은
일다 잘못된 언어 배치로 인해 의미가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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