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신전
솔정수 윤성조
바닷가에 돌담을 쌓은 사람은 신이 보내신 선지자다, 틀림없이
그의 손금과 굳은살과 상처와 땟자국은 창세기의 한 페이지다
바다와 섬과 하늘과 노을과 바람과 사람과 바위와 그 완전한 풍경에
돌담을 놓아 완성을 더 완전케 하시는 신의 씨실과 날실 혹은
돌담 구멍만이 견뎌낼 바람을 창조하여 돌담의 이유를 만드신
신의 정밀한 계측의 톱니바퀴, 그것을 알아채고 바람의 씨실과
구멍의 날실로 돌담을 짜서 세운 사람이야말로 틀림없이 신께서
쌓아 올리신 사람이다, 신의 지문을 돌에 새기도록 허락된 사람이다
돌담 구멍 지성소에는 신의 지문에 기꺼이 머리를 조아리는
푸른 바람의 대제사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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