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연가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 투욱, 투우욱, 투우우욱, 툭. 그리움5 배롱나무가 선분홍빛 꽃잎을 날리고 있었다 먼 산 뻐꾸기 울음소리 가차이 들리던 날 낙엽의 거리에서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 없었던 그리움들이 못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솔잎은 뾰족하다
소나무 몇 그루 아직도 어깨 걸고 서 있다 그 어깨 풀 기미 보이지 않는다
말라갈지언정 꼿꼿하다 납작집 수북이 헐고 초고층 아파트 새로 들어선 지 몇 달이 벌써 지났는데도 창문 열고 바라보니 구청 앞을 지나는 이들이 하나둘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하였다. 구청에서 한 일이라곤 어느 저명한 금속공예가의 대형 조각 '향수 鄕愁'를 치우고 그 자리에 감나무 몇 그루 심어 놓은 게 전부였다. 성聖 쓰레기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울어라 새여 시든 꽃 곁에서 바람은 왜 서성이는지 지는 꽃 곁에서 바람은 왜 맴을 도는지 이미 다 져버린 그 꽃가지를 바람은 왜 흔들어대는지 바람은 왜 그 마른 꽃가지를 저렇게나 마구 흔들어대는지 -울어라 울어라 새여 봄 편지 물푸레 이파리 한 잎 동봉합니다 사발에 띄워 머리맡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대 그리워하는 마음 아직도 그 물빛입니다. 푸르스레 번져가는 그 물빛입니다.
-시집『햇살방석』(시학)에서
☞ “투욱, 투우욱, 투우우욱, 툭.”은 의성어일 수도, 의태어일 수도 있다. 꽃, 혹은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고, 못내 반가워서 등을 치는 몸짓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꽃이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떠랴.
정서나 심리의 극한상태에서 언어는 항상 이처럼 극도로 절제되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것을 바로 ‘시’라 이르거늘, 갈수록 더 수다스러워지고 있는 오늘의 시 속에서 소금처럼 정제되어 빛나는 서정이 반갑기 그지없다. “투욱, 투우욱, 투우우욱, 툭.”
시인은 ‘짧은 시’를 지향하는 우리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영랑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일은 전혀 뜻밖이 아니다. -오인태(시인)
결국
이렇게 만나서는
하얗게 바스러지고 있구나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높다란 굴뚝을 유유히 빠져나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날아오르는
하얀 영혼을 본다.
어둠이 내리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떠오르는
그 별들을 또한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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