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젖다 2
윤제림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
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
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
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
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의자는 자꾸만 울고
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언제나 그칠까요
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
보고싶은데.
손수건이 많이 젖었습니다
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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