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일은 새들이 먼저 알고
애벌레도 아는 가시 속 밤톨을
밤나무는 첨부터 알았을까
상처를 안고 숨어 사는 진주조개
몸속에 말갛게 빛나는 그것이
제 이름인 줄 알았을까
제 몸이 보석인 줄도 모르면서
보름달을 얼마나 사모했는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가슴 환히 열어 보이고 싶어
진주 남강 물새 우는 소리로 글썽이며
그가 바라본 건 오직 둥글고
흰 보름달
아픔이 아픔인 줄 모르는 진주는
상처가 아물거나 열매가 익어 여문다는 걸
동그란 제 몸이 진주인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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