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아주 늦게 눈이 왔다.
총소리는 너무 멀어
듣지 못했다.
족제비는 눈곷을 깔고
잠자듯 죽어 있다.
가슴패기에 피가 한 줌 묻어 있다.
죽어서도 눈이 가 있는
거기가 어딜까,
잡목림 사이 아슴푸레
길이 나 있다.
간밤에도 족제비는 싸다녔으리,
길이 이내 질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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