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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없었습니다 - 나의 캡틴/고 노무현 대통령 영상자료

▶◀ 저기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님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솔정수 윤성조 2009. 5. 25. 08:14

 

저기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사람을 그리워 하던 사람이

사람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던 사람이

 

저기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다리가 차마 후들거렸을 그 외로움의 끄트머리에서도

까마득히 끝내 사람을 찾던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고 있습니다

 

저기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담배 한 개비 기다리지도 않고

스스로 불꽃이 되어

이 어두운 세상 촛물을 지피고는

결백한 세상을 찾아 홀로

그 바보같은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무죄추정주의를 주장하는 나라에서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위정자들이

위정자라 부르며 온갖 확인되지 않은 루머의 돌을 던질 때

사람이 다쳐서는 안된다

사람에 짐이 되서는 안된다

사람에게 고개 숙일 줄 알았던 그사람은

유죄추정하고야 마는 위선의 시대에

돌을 피하지 않은 스테판이 되어

기꺼이 칼날에 고개 내민 이차돈이 되어

저기 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게 죄라서

불의 앞에 당당한 게 죄라서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사람 사랑하는 게 운명이었던 그 여리고 여렸던

눈물 많은 사람이

끝내 바위산이 되어 저기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끝내 침묵하고 맙니다

누구는 당신이 비겁하다 하였습니다

누구는 당신의 죽음이 당연하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침묵의 위선이 득세하는 땅에서는

그들의 비난조차 속으로 매캐한 눈물 감추는 위선이라는 것을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웃어야 하는 자들의

천형이라는 것을

 

이 조차도 헐헐 웃어 안으며

아 저기 사람이 가고 있습니다

사진 속 너털웃음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말하시는 님이 되어

국화보다 하얗게

영영 못잊을 영원이 되셨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도 침묵해서 미안합니다

허공에 뜨신 발자국을 받쳐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눈물 밖에 드릴 게 없어서 미안합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놓고서는

내나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미안합니다

 

당신은 저기 가고 계신데

나는 아직 님을 보내지 못하여

어떡합니까 

아아

캡틴

나의 캡틴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