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보이면
못 본 걸로 합니다
듣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들리면
못 들은 걸로 합니다
말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말문이 터지려하면
입을 꼬옥 다물고
숨을 크게 쉰 다음
꼴깍 한 모금 침으로 삼켜버립니다
이제
보지 않고도
듣지 않고도
그냥 그냥 살아갈 수 있읍니다만
모조리를 한모금 침으로만 삼켜 버리는 일은
아직도 어렵고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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