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짧은 시 긴 울림
"순간을 읊조리다"에서 4
솔정수 윤성조
2014. 11. 27. 14:55
외로움의 코디법 / 조혜은
위태롭고, 경이롭게
가느다란 7센티의 기본 굽부터 시작해요
인터넷 정육점 / 조인선
달력을 넘기다 손이 찢어졌어요
어머니가 웃으시며 붕대로 감싸주셨어요
얘야 시간은 날카롭단다
지하철에서 / 최영미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지하 도시 / 허연
지하 도시 사람들은 다 똑같다.
5분만 더 자고 싶고
한 숟가락 더 먹고 싶고
일하기는
죽기보다 싫다.
혼자라는 건 / 최영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서울, 또는 잠시 / 김이강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목구멍에 침묵을 걸었는데
그런 건 위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