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14. 11. 24. 10:25

네 이웃의 잠을 사랑하라 / 김행숙

 

아침이 되면

우리가 친절해지는 이유는

외롭게

잠을 잤기 때문이야.

 

 

 

 

직각 / 이성미

 

우리는 같은 모서리를 나눠 가진다.

 

 

 

 

동지冬至 / 박준

 

"라면 국물의 간이 비슷하게 맞는다는 것은

서로 핏속의 염분이 비슷하다는 뜻이야"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가장 짧은 사계절을 살았다 / 이제야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없을까

 

 

 

 

시인의 사랑 / 진은영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좋을 텐데

 

 

 

 

불면의 일기 / 최영미

 

고통은 이 시처럼

줄을 맞춰 오지 않는다

 

 

 

 

세상의 밥상에서 / 김은자

 

밥상을 차리고

마음에도 조금

밥을 떠넣는다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이 남아도는 나를 어째해야 할까

 

더 이상

너의 시간 속에 살지않게 된 나를 

 

 

 

 

있었던 일 /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비에 대한 감정 / 김행숙

 

그날 나는 감정적으로 비와 대립했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을 쳤다

 

아, 입을 벌 렸 다

 

 

 

 

우산을 잃어버리다 / 김기택

 

내 손에

우산이 없는 걸 보고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일요일의 고독 2 / 이원

 

여자의 얼굴은 휴일의 상가처럼 텅 비었다

 

 

 

 

열쇠 /김혜순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Sad Movie / 오경화

 

내가 간밤에 울었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

세상이 멈추는 건 아니다.

 

 

 

 

말의 힘 / 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