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읊조리다" 에서 1
네 이웃의 잠을 사랑하라 / 김행숙
아침이 되면
우리가 친절해지는 이유는
외롭게
잠을 잤기 때문이야.
직각 / 이성미
우리는 같은 모서리를 나눠 가진다.
동지冬至 / 박준
"라면 국물의 간이 비슷하게 맞는다는 것은
서로 핏속의 염분이 비슷하다는 뜻이야"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가장 짧은 사계절을 살았다 / 이제야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없을까
시인의 사랑 / 진은영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참
좋을 텐데
불면의 일기 / 최영미
고통은 이 시처럼
줄을 맞춰 오지 않는다
세상의 밥상에서 / 김은자
밥상을 차리고
마음에도 조금
밥을 떠넣는다
잉여의 시간 / 나희덕
이 남아도는 나를 어째해야 할까
더 이상
너의 시간 속에 살지않게 된 나를
있었던 일 /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비에 대한 감정 / 김행숙
그날 나는 감정적으로 비와 대립했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을 쳤다
아, 입을 벌 렸 다
우산을 잃어버리다 / 김기택
내 손에
우산이 없는 걸 보고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일요일의 고독 2 / 이원
여자의 얼굴은 휴일의 상가처럼 텅 비었다
열쇠 /김혜순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Sad Movie / 오경화
내가 간밤에 울었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
세상이 멈추는 건 아니다.
말의 힘 / 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