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11. 3. 25. 19:31

 

찬 여울목을 은빛 피라미떼 새끼들이 분주히 거슬러오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등에 아픈 반점들이
찍혀 있다.

겨울처럼 짙푸른 오후.

 

 

새벽

 

이 고요 속에 어디서 붕어 뛰는 소리
붕어의 아가미가 캬 하고 먹빛을 토하는 소리
넓고 넓은 호숫가에 먼동 트는 소리

 

 

 

비상

 

잘 익은 대추 한 알이 아침 서리에 뽀얗게 빛나니
부신 하늘을 나는 철새들도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일직선으로 난다

 

 

시월

 

심심했던지 재두루미가 후다닥 튀어올라
푸른 하늘을 느릿느릿 헤엄쳐간다
그 옆의 콩꼬투리가 배시시 웃다가 그만
잘 여문 콩알을 우수수 쏟는다
그 밑의 미꾸라지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봇도랑에 하얀 배를 마구 내놓고 통통거린다
먼길을 가던 농부가 자기 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들여다 본다

 

 

 

웅성거림

 

온다던 비가 드디어 두시부터 오신다
꽃잎 바르르 떨고
잎새 함초롬히 입을 벌리고
그 밑의 자벌레 비로소 편편히 눕자
지구가 한 순간 안온한 꿈에 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