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11. 2. 13. 01:59

을 천장 天葬 하다

 

                                                      솔정수 윤성조

 

 

어둠을 휘젖는 저 눈바람 소리 속에는

히말라야 어느 마루턱

독수리 떼에게 시신 조각들을 뿌려주는

라마 승려의 허연 염불이 묻어 있다

 

모여드는 독수리들의 날갯짓처럼 바람 소리가

유리창에 한 겹 발라질 때마다

가엾은 눈의 외롭게 식어가는 체온이

룽다가 되어 펄럭이고 있으니,

 

계절 탓은 아니다

내 나이 탓도 도무지 아니다, 그저

 

글을 내려놓은 지 오래되어 시어가 녹슬어 버린 시인의

색 바랜 동네에 내린 탓에 눈은

시어詩語 대신 시어屍語가 되어 누워 제 몸을 천장하고

바람은 근거 없는 환생이나 해탈의 약속을

아주 오래된 위로처럼 읊조리고 있을 뿐이다

 

날이 새면 내 검은 옷이 하얀 골목길에 꽤나 잘 어울릴 게다

장례식장에 가서 부조금과 바꾼 뜨거운 밥 한술

슬프지도 않게 떠먹고 나오는 조객처럼

시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슬플 일 없는 길, 그래서

내 발자국마다

 

히말라야 어느 숨 가쁘게 바람 오르는 비탈에서

슬픔을 끊은 지도 꽤 오랜 라마 승려가 무심하게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읊으며 뼈를 빻는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묻어날 게다

 

   * 천장 : 히말라야나 티벳 지방에서 죽은 자를 새에게 보시하는 장례 형태

     룽다 : 히말라야나 티벳 지방에서 장대나 긴 끈에다 매다는, 불경을 적어넣은

           다섯 색깔의 천으로 불법이 퍼져나감을 상징하고 기도나 죽은 자의 영혼

           울 하늘로 인도하는 이정표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