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09. 11. 15. 19:34

             방광에 고인 그리움

 

                                             권혁웅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우리 집은 십이지장쯤 되는 곳에 있었지

저녁이면 어머니는 소화되지 않은 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귀가하곤 했네

당신 몸만 한 화장품 가방을 끌고, 새까맣게 탄 게

쓸개즙을 뒤집어쓴 거 같았네

야채나 생선을 실은 트럭은 창신동을 지나

명신 초등학교 쪽으로만 넘어왔지

식도가 너무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네

동네에서 제일 위엄 있고 무서운 집은

관 짜는 집,

시커먼 벽돌 덩어리가 위암 같았네

거기 들어가면 끝장이라네

소장과 대장은 얘기할 수도 없지

딱딱해진 덩어리는 쓰레기차가 치워갔지만

물큰한 것들은 넓은 마당에 흘러들었네

넓은 마당은 방광과 같아서

터질 듯 못 견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짐을 이고지고 한꺼번에 그곳을

떠나곤 했던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