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깨진 유리창의 법칙
솔정수 윤성조
깨진 창을 여태 갈아 끼우지 않고 있다.
조각나고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들어앉아 있는 풍경
사소하지만 치명적으로 빈자리가 눈을 찌르고
첫 번째 돌이 뚫고 간 자리에는 봉합되지 않은 파열음이
여전히 흥건하다.
바람이 그늘처럼 스미다 베어져 뚜욱 뚝 깨지다 만 기억들을 흘리면
냄새 맡고 들어온 새가 쪼다 소화되지 못한 먹먹함을 배설하고 이따금
제 외로움의 영역을 경계하는 고양이가 서늘하게 곤두선 눈빛으로 핥고 있다.
저 유리창이 깨졌을 때부터 나는 날마다 낡아져 가고
삐걱대는 밤과 비둘기와 새똥, 거미줄처럼 방치된 시간들이
나를 채우고 있으니
새로워 지는 거라곤 내나 다른 유리창들도 깨지고 말리라는 단단한 기대,
그러고 보면 어제보다 더 낡아지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새로운가
이제는 누구도 쉽게 돌을 던지지만 더는 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내 안으로 돌아올 틈들이 더 많아지는 것,
폐허란 무너질 것 더는 없이 사방으로 뚫린
기다림의 뼈대니
그렇게 나를 깨뜨리고 비워준 그대를 고마워하며
날마다 나를 열어 새롭게 새롭게
삐걱삐걱 낡아간다.
* 깨진 유리창의 법칙 :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허점을 방치하면, 다른 창문들도 일부사람들이
돌을 던져 깨뜨리게 되고, 지나가다 쓰레기도 마구 버려 그 집 자체가 쓰레기장이
되어버린다는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