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박현수 - 1만 5천 마리의 하루살이

솔정수 윤성조 2009. 8. 25. 13:14

오늘도

하루살이의 전 생애를 탕진했다

오늘 저녁

어디선가 나 대신 하루살이가 죽어 가리라

목숨이란 게

그의 전 생애를 덧대고 기운 것일 뿐

나의 한 달은

서른 마리 하루살이의 전 생애

마흔이 넘은 나는

1만 5천 하루살이 목숨의

어설픈 짜집기라서

어느 하루도

그의 전 생애와 맞바꿀 만한 날은 없다

하루의 모든 권력은

하루살이로부터 비롯한 것이니

아침이 쉽게 왔다고 말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