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조금은 긴 쉼표
열외시인 - 비정규직
솔정수 윤성조
2009. 8. 25. 08:27
열외시인
- 비정규직
솔정수 윤성조
며칠째인지 빈 종이에는
팔리지 않는 침묵이 쌓여 간다
야간 작업이 남긴 불면이라는 직업병은
건강보험에서도 예외 항목, 애초 시간 외 수당이란
있지도 않았으니
공장 옥상이나 크레인 위에 서야 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도 되는데
머리띠를 두르고 올라가 목쉬게 주장할 명분도, 외칠 옥상도
도무지 내겐 없다
달리 계약도 해고 절차도 없어 늘 해고 대기 상태인 내 시들은
오늘도 담담하게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돈이 되지 않는 행간 여백의 재고를 찍어내는데,
무임금 노동이 본능이 되어버린
그래서 파업할 수도 없고 아무도 진압하려 않는 나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위태롭게 행복한
열외시인列外詩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