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詩에서 詩를 배우다
곽문연 - 공
솔정수 윤성조
2009. 8. 25. 07:35
공은 얼핏보기에 곡선으로 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무수한 각을 감추고 있다
몇 년간 골프를 치다 보니
골프공이 내게 한 수 가르쳐 준거다
공은 둥글게 치면 둥글게 굴러가고
모나게 치면 모나게 굴러간다
공은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되돌려 준다
이 단순명료한 법 앞에 나는
몸 따로 마음 따로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손끝의 미세한 기울기와 힘에 따라
공은 둥글게 되었다가 모서리를 세웠다가
나를 늘 애타게 하고 있다
너를 향해 나는 오늘도 무수한 샷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