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지문 · 우렁찬 고요/함축 속의 드러냄과 감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 반영호 시인의 시집 `퇴화의 날개`에서 인용
솔정수 윤성조
2009. 6. 9. 20:02
노을 / 하늘을 닫는 의식이 저처럼 장엄할까
비밀 / 말 못할 침묵 안에서 반짝이는 보석들
자장가 / 어머닌 기타 대신에 아일 안고 노래했지
달팽이 / 점자를 읽으며 가는 멀고도 험한 고행 길
세월 / 인석아 네가 가느냐 아님, 내가 가는 거냐
일출 / 수억 번 졌었음에도 다시 뜨면 순결한
첫사랑 / 샛강에 안개로 피어 노을로진 여인
인생 / 돌아갈 길은 있으되 질러갈 수 없는 길
아내 / 희미한 낮달로 떠서 있는 듯 없는 듯이
초승달 / 수줍어 고개 수그린 초례청의 새아씨
그믐달 / 사립문 빼꼼이 열고 배시시 미소 짓는
낮달 / 백주에 안섶 풀었네 오지랖도 넓은 년
범종소리 / 떨리는 침묵의 신음 푸르름한 깊은 심금
화가가 하는 말 / 숲이야 그리지마는 새소리는 어쩌리
철길 / 한번의 인연으로도 이 세상 끝까지
애호가 백만 명을 가진 일본의 단시 `하이쿠`는 5/7/5로 총 17자로 되어 있으나 반영호 시인의 단장시조는 3/5/4/3으로 하이쿠 보다 2자 적은 15자로 된 짧은 시이다. 단장시조는 시조 중에서 종장만을 남긴 것으로 노산 이은상 선생이 양장시조를 시도한 바는 있으나, 단장으로 구성된 시조는 처음 나온 것이라 한다. |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극도로 절제하고 함축해서 만든 문장의 미학! 어찌 보면 인터넷의 댓글 문화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상징과 비유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모국어를 사랑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방법인 것 같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