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09. 5. 22. 21:19
봄비

회색빛 커튼을 말끔히 세탁하시면

복사꽃은 봉긋한 가슴을 열고

시를 쓰는 사람이, 쓰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자가 자신의 감상때문에 글에 나타내야할 사실감을 추상적으로 표현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고운하늘님의 /봄비/에 나타나는 심리적 경향은 어떨까요?
/회색빛 커튼을 말끔히 세탁하시면/에서 /세탁하시면/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 글에서 회색빛 커튼은 물론 겨울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겨울은 눈이 있고 추위가 있고 그 안에서 봄을 기다리게 하는 바램이 있는, 말하자면 각질 속에서 싹 틀 날을 기다리는 씨앗과 같은 계절입니다. 그렇다면 막연한 추상적 표현보다는 현실감있게 우리 곁으로 인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겨울을 걷어내는 장소와 시간과 행위/를 적절하게 제시하므로서 독자들이 보다 현실감있게 그 무대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 망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색빛 커튼을 말끔히 세탁하면/은 봄을 기다리는 화자의 기대감이 막연하게 느껴질 뿐, 독자가 그 현장에 몰입하기에는 화자와 독자 사이의 교감상 난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시라면 표현기법을 살려 이 시를 독자와 공유하는 쪽으로 환치시키면 더욱 좋다는 것이지요. 가령
/당신의 침실, 회색빛 커튼을 오늘 걷워 주세요/라고 장소와 시간을 명료하게 제시를 함으로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화자의 시 속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 뒤를
/복사꽃 봉곳한 내 가슴을 열고 방문할께요/ 라고 結을 짓는다면 화자가 의도하는 봄에 대한 동경을 독자에게 나눠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자 자신이 이 시를 통해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봄이 되고 꽃이 되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시란 언어의 경계를 뛰어 넘는 형이상학성과 미학의 문학입니다. 또 시가 철학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시의 내면에 시를 빛나게 하는 철학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특히 시를 쓰는 사람은 독자가 있기 때문에 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시를 쓸 때 우선 전체 형상을 설계를 하고 설계된 형상에 어떤 색깔을 부여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시라는 건축물에 투박하고 거친면은 없는가를 고찰하는 과정이 퇴고입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화자가 시를 써서 공표하는 순간 그 시의 소유권을 독자에게로 전이된다는 점을 애써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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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두줄시
글쓴이 : 고중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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