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정수 윤성조 2009. 5. 9. 07:33

보리밟기

 

                                                                                   솔정수 윤성조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검정 고무신 사이 흰 고무신쯤이면 어깨

으쓱이던 시절 봄이 채 되기 전에 한두 번 날 잡아 전교생이 오전에 보리밟

기 나가곤 했는데, 조근조근 밟고 또 밟아야 보리 이삭 제대로 팬다던 교장

선생님 말씀이 무슨 말인고 싶다가도 수업 대신 하는 재미에, 남의 밭 맘껏

밟는 재미에 선생님 따라 뒷짐지고 팔자걸음 흉내 내며 꾸욱꾹 보리 밟던

날들

 

  이렇게 보리처럼 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삼십몇 년 후 택견이란 걸 하

면서 날마다 품밟기를 하는데 땅을 제대로 밟지 못하면 높이 발이 올라간들

말짱 도루묵이라시던 사부님 말씀이 문득 그때 교장 선생님 조회 말씀을 참

닮았어

 

  코흘리개 그때나 흔줄녘 지금이나 내 발밑에는 청보리싹 진초록 냄새가 시

큼 묻어나는데 아직도 이삭은 팰 줄을 모르고

 

 

      * 보리밟기 : 가을에 뿌리내린 보리 뿌리와 흙 사이에 서릿발이 서서 땅이 뜨게 되고 봄이 되면

               그 공간이 건조해져 보리 뿌리가 말라죽기 때문에 밟아서 그 공간을 없애고 뿌리 퍼짐도

               돕는다